[천세련 문화산책] 아트 테라피, 가르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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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therapy 댓글댓글 : 0건 조회조회 : 775회 작성일작성일 : 17-07-12 10:08본문
작업실 화폭에 완연한 봄 내음이 가득하게 스며 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따스한 차 향이 배어 있는 작업실 분위기가 봄기운을 받아 그윽하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수채화와 유화, 드로잉과 정물화, 풍경화는 물론 요즘은 사진, 추상미술, 설치미술과 멀티미디어 아트(Multimedia Art), 디지털 아트, 비디오 아트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감상할 수 있다.
현대 미술은 평면에서 입체로, 빛과 소리로 끝없이 진화해 가지만 그림에 대한 일반적인 취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치료하는 미술치료(Art Therapy)를 가르치기 위해 성인 문화반을 열었다.
첫 작품은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자화상 작업이다. 개인 사진을 프린트해 캔버스에 사진을 붙이고 그 위에 색을 칠하고 액션 페인팅으로 마음대로 색칠한다.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화와 중년이 된 지금의 자기 모습을 보며 자아의 정체성을 가지게 한다. 예전에 못 한 일들을 후회하기보다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며 붓을 잡은 그들은 각자 각양각색 독특하고 개성 있는 화면을 구성해본다. 그러기에 기법에 정답이 없다. 생각하고 행하고 습득해 경험으로 주어지는 시간만이 해답이다. 붓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다르게 돼 동양화의 일필휘지 단숨에 그어대는 힘 있는 선과 색들의 선율이 하얀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추듯 이어져 간다.
한 번도 하지 않은 혼합재료 기법을 모두 흥미롭게 하는 것은 몰입으로 기분이 이완되는 채색 작업과 작품의 완성도가 주어지는 과정에서 성취하는 기쁨을 준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화상, 그 누구에게서도 받아본 적 없는 나만의 모습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에서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고 한동안 잊었던 자신을 찾아가며 자신감을 갖게 한다. 자아의식에 내재한 잠재력을 계발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음으로써 몸과 마음을 자연스레 치유하는 것이 미술치료다.
1970년대 미국에서 미술치료협회가 생긴 이후 심리적 발전과 정신적 치료 목적으로 미술치료가 일반화되고 문화교실에서도 음악·무용·미술 등 예술과 치료의 만남을 위한 미술치료 수업이 현대인들의 여가 취미 생활이 되어간다.
개인의 심리적 갈등을 창작행위로 전환하며 밝아지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배움을 준다. 그들과 함께 박물관과 갤러리 오프닝에도 가고 도서실에 가서 참고자료를 준비한다. 계절의 변화에서 오는 감정의 변화를 각자 작업노트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폭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된다.
가슴속의 수많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형형색색 조각보를 이어가듯 펼쳐가는 그들 모습에 지난날 나의 모습이 투사된다. 창조적인 삶을 원한다면 일상생활을 의욕적으로 해나가며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침묵의 고요함에 파란 하늘 미풍에 실려 온 종달새 노래.
녹색 푸르름으로 더해가는 나날들, 지난날 추억과 기억들이, 오월 풍경 속의 꽃들이 내 그림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출 처 - 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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