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암치료 중심의 세계적 의료관광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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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올캔서 댓글댓글 : 0건 조회조회 : 2,247회 작성일작성일 : 18-08-24 10:58본문
하이델베르크 마케팅 건물 앞 표지판. 주덕 기자
하이델베르크는 매년 1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다. 옛성터를 비롯한 수많은 역사 유적들을 간직한 동시에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또한 있어 관광은 물론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도 명성이 높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1386년 설립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의과대학 역시 같은 해에 의학부로 세워졌다. 2년 기초과학 과정, 4년 임상의학 과정은 하버드 의과대학과 동일한 커리큘럼을 채택, 전통 독일 의료의 장점과 미국식 선진 의료 기술을 동시에 교육한다. 하이델베르크 의과대학 부속병원과 대학 부속 22개 연구소가 공동 진행하는 연구는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수많은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암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 분야 전문병원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온치료센터(HIT)는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중입자가속기
중입자는 수소보다 무거운 입자를 말하며, 치료용 중입자에는 탄소, 아르곤, 네온 등이 있으나, 암 치료에는 암세포 살상능력이 가장 뛰어난 탄소를 사용한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중입자를 가속시키는 장치로서 빛의 약 70% 정도까지 가속 후, 체내로 침투하게 만들어 암세포를 파괴한다. 기존 방사선에 비해 암세포 살상 능력이 높고 정밀해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함으로써 치료의 부작용이 적다. 적은 양으로 암세포를 파괴시킬 수 있어 치료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기간은 평균 3주 동안 주 1~3회, 총 1~10회 이내에 치료가 종료되며 1회 치료시간은 검사시간을 포함해 40분이 소요되나, 실제 치료시간은 1~3분정도다. 국내에는 아직 이 치료기가 없지만 업무 협약의 성과로 한국 환자들이 일본과 독일에서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의 중입자 치료 센터는 건축 당시 투자비 총 1700억 원을 들여 2003년부터 6년여에 걸쳐 건축했다. 2009년 11월부터 정식 환자 치료를 시작했고 매년 평균 1300여 명의 국내외 암환자가 이 센터에서 중입자치료를 받고 있다. 실제 건축 기간은 6년이지만 건축을 위해서 준비하고 연구한 기간이 40년이고 연구비만 수 조 원에 달했다고 한다. 투자한 시간과 돈을 회수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폭넓게 고객 유치에 노력한 결과 하이델베르크는 세계 최고의 의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의료관광 도시로 성장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의료관광 시스템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관계자는 “매년 외래 또는 입원 치료를 받는 외국 거주 환자는 3000 여 명에 달하는데 여행 중 응급 사고를 당한 극소수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치료 목적으로 독일을 찾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외국인 환자는 총 환자의 2%를 차지한다. 참고로 독일 전국 병원 환자 중 외국인 환자는 0.5%에 이른다. 2011년부터 암은 물론 정형외과 치료를 위해 외국인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의 50%는 걸프 지역 아랍국가들, 30%는 불가리아, 룩셈부르크 등 인접 유럽 국가들, 나머지 20%는 러시아와 동유럽 국적자들이다. 아랍 국가는 근친혼으로 인한 아동 대사 질환자들이 많은데, 비슷한 의료 수준을 갖춘 미국을 두고 독일 병원을 찾는 아랍의 부호들이 많은 것은 9.11 사태 이후 북미 지역의 아랍국가에 대한 비호감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관광의 주고객이었던 중국인들이 발길을 끊었던 것처럼 국가나 도시가 의료 사업에 뛰어들 때에는 세계정세 변화가 의료 관광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탄력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은 외국인 환자 개인이 사이트에 접속하여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외국인 신분이 유발할 수밖에 없는 법적 문제들과 무엇보다 언어 장벽이 있기 때문에 소통의 매개 역할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정보가 부족한 의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브로커들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들이 시장 투명성을 위해서 의료 전문 에이전시들과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2003년 설립된 아랍어 권, 러시아어 권 환자 대상 프리미엄 의료 서비스 전문 에이전시인 ‘유럽 헬스(Europe Health)’도 그 중 하나이다.
중입자 치료 이전에도 이미 독일에는 치료 목적으로 방문하는 아랍어권, 러시아어권 환자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주로 가족들이 함께 와서 치료 기간 동안 체류를 했다. 따라서 그들이 환자와 따로 보내야 하는 시간을 운용하는 것까지 에이전시의 역할이 되었다. 초기에는 병원 연결과 공항 픽업 등의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다가 가족의 숙박, 관광과 쇼핑까지 관리하면서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갔다. 장기 체류 하는 환자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며, 현지인들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조정자의 역할도 해야 한다. 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환자들에게 24시간 호출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부여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병원 접수부터 귀국 까지 전 과정에 걸쳐 중개 역할을 하지만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에서는 치료비에 대한 비용 청구서는 환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 중심부에 있는 도시 특징을 알리는 안내판 모습.
병원에서 치료하는 사진이 눈에 띈다. 주덕 기자
의료관광 전문인력 양성
‘유럽 헬스(Europe Health)’와 같은 에이전시는 통역사도 지원하는데 이 통역사들은 프리랜서 또는 에이전시 소속 직원들이다. 그들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매년 2회에 걸쳐 메디컬 트레이닝을 받고 병원에서 요구하는 시험을 통과하고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의학 문서 번역을 하다가 현재는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의료 통역사로 일하는 마하센 고네임은 “병원에서 받는 교육이 굉장히 유익하다. 라틴어로 된 용어들도 배워서 의사들끼리 대화하는 것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하이델베르크는 의사 출신의 통역사들을 포함해 다수의 의료 전문 통역사들을 확보해 독일 병원 시스템과 언어를 모르는 환자·환자가족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개인적으로 접수하는 환자의 경우 ‘통역이 필요할 경우 병원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으며, 비용은 환자 부담이다’고 병원 싸이트에 명시돼있다.
의료관광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느끼는 것은 의료설비나 관광상품 개발 보다 ‘신속 정확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에 오는 의료 관광객들이 한국어에 능통한 자국민을 만나면서 치료 과정 동안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가 생기지 않겠는가?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어를 배우거나 또는 잘 구사하는 외국인과 다문화 자원들이 많음으로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격진료 시스템
2016년 9월부터 원격진료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하이델베르그 대학병원은 의료 영상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한 플랫폼을 환자에게 제공하는 독일 병원 중 하나이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에는 환자의 의료 문서 특히 MRI 또는 CT 등 이미징 데이터들을 CD/DVD 형태로 우편 발송해야 했지만, 지금은 각 환자에 대한 모든 정보는 맞춤형 원격 진료 폴더에 저장된다”고 한다. 이로써 환자는 치료 옵션에 대한 신속한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있고 데이터는 보안 연결을 통해 전송되며 최고 수준의 데이터 보안이 병원에서 유지·관리된다“고 한다.
2009년 개설된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 마케팅 팀의 시니어 매니저인 케르스틴 암몬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환자 수와 병원 수입이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의료관광이 향후에도 대박 사업으로 기대하긴 쉽지 않다. 각종 원인으로 러시아 환자들이 감소하는 추세이고, 아랍 국가에 병원들이 많이 세워져 아랍 고객들이 자국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가성비를 갖고 있다. 특히, 하이델베르크의 유럽 췌장 센터(European Pancreas Center)나 이온 빔 센터(Ion Beam Center)의 혁신적인 기술은 수요가 많이 있고 미국 병원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 병원의 다국어 웹 사이트와 뉴스레터를 통한 홍보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된다. 하이델베르크 마케팅 및 협력 호텔들과 함께 러시아 주요 도시들의 박람회에 참가해서 병원을 알리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하이델베르크 마케팅
하이델베르크 마케팅(Heidelberg Marketing)은 2007년에 설립된, 도시 마케팅에 관련된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시 산하 기업이다. 설립 목적은 산업 및 무역, 문화·교육, 종교 및 사회·정치·행정 분야의 파트너와 협력하여 하이델베르그市의 입지를 대내외적으로 굳히는 일이다. 핵심 기능은 통합적인 마케팅 개념에 바탕을 둔 도시 글로벌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과학, 비즈니스, 의료관광, 문화관광 및 컨벤션 관련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하이델베르그 마케팅은 상법에 의거하여 사적 유한 책임 회사로 조직되어 있으며 하이델베르크市의 자회사이나 상업적 기능을 가진 기업(사기업)으로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하이델베르크 성이 바라보이는 네카르 강변 아담한 건물에 위치해 있으며, 국제적 명성을 가진 관광 도시의 마케팅 회사에 걸맞지 않게 소박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종 브로셔들과 책자들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슈테판 슈미트 마케팅 팀장을 만나 의료관광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하이델베르크 마케팅' 슈테판 슈미트 의료관광 팀장
-하이델베르크 마케팅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과 연계, 의료관광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의료관광’이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좀 거북하다. 이곳에 오는 환자들은 대체로 중병 환자들이 많다. 관광을 할 형편이 못 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웰니스나 재활 치료 환자는 별로 없다. 하이델베르크에 오는 외국 환자들은 대부분 암환자들이다.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은 암 연구나 치료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우리들의 타깃 마켓은 아랍 국가들과 러시아이다. 그래서 브로셔도 아랍어, 러시아어, 영어 3가지 버전으로 준비하고 있다.
-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나?
시에서 지원을 받지만 우리는 독자적인 전략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다. 어떤 사업을 할 지 안 할지 결정은 우리들 스스로 내린다.
-보수는 시에서 받나?
80%는 우리 회사의 수입금에서 받고 나머지 20퍼센트는 시에서 나온다.
-외국인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려면 하이델베르크 마케팅과 접촉하나?
아니다. 대학병원과 직접 접촉한다. 우리는 의료 정보가 없다. 우리는 숙박과 관광 가이드 등을 지원하는 역할만 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광고나 홍보는?
주로 대학병원이 맡아하고 우리는 약간의 지원만 한다. 쿠웨이트 등의 아랍 국가들에 대한 홍보나 광고는 해당 국가 대사관을 통해서 이뤄진다. 박람회에 참가하거나 에이전시를 상대로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국가 관리 하에 있다. 자국 환자들이 원정 치료를 신청하면 정부에서 갈 병원을 지정하고 허가해 주는 방식이라 독일의 각 병원들은 대사관에 가서 전문 분야와 강점을 알리고 자기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러시아의 경우는 홍보 대상이 주로 에이전시다.
-의료관광 사업을 추진한 모든 도시가 다 성공을 하진 않는다. 하이델베르크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
의료관광은 다른 관광 사업과 성격이 다르다. 외국인 환자들을 통해서 얻는 수익이 적지 않으며, 그 수입이 병원을 운영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니 치료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이런 자세가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의료관광에서 치료 외에 부수적인 것으로 돈을 버는 데만 급급했던 도시는 의료관광 사업에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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