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없는 꿈의 암치료기 '양성자치료기'-김태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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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올캔서 댓글댓글 : 0건 조회조회 : 1,158회 작성일작성일 : 17-06-14 16:11본문
** 이 기사는 2016년 1월 <브라보마이라이프> 단행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7년 5월 현재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센터장은 김태현 교수입니다. **
처음 만난 양성자치료실은 흰색의 벽과 둥근 입구를 갖춰, 마치 거대한 우주선 같았다. 옆에 볼펜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어리둥절하며 살펴보다 의외의 것이 눈에 들어온다. 뽀로로다. 뽀로로 뿐만 아니라 각종 캐릭터 스티커가 치료기 곳곳에 붙어있다. 스티커와 함께 작은 망아지 인형 하나가 천정 기구에 매달려 있는 것도 보인다. 대한민국 의료기 중 최고 비싼 장비의 가장 핵심 치료 시설에 뽀로로라니.
다소 놀란 기색을 보이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안내를 맡아준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의 임현아 코디네이터가 웃으며 설명한다. “이 치료실은 주로 소아환자들이 이용합니다. 정확한 치료를 위해 아이들은 이곳에서 전신마취로 잠이 듭니다. 움직임이 있어서는 안되니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서 나름의 대비를 한 것입니다.” 첨단 의료의 최전선이지만, 그들 역시 연구자 이전에 의사, 의료인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양성자치료기는 몇 년 전까지 의사, 그 중에서 방사선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하는 방사선종양학자들 사이에서는 꿈의 시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성자치료기가 처음 개발됐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양성자 발생을 위한 가속기의 크기는 반경 4Km 정도였고, 설치를 위한 비용은 약 4조원 가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내 의사들로서는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양성자치료기는 거대한 원통형의 가속장치(사이클로트론)에서 수소원자의 핵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나오는 방사선 입자를 암세포에 쪼이는 시설이다. 흔히 이 장치를 ‘의료기기’로 부르지 않고 ‘의료시설’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가속기와 치료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이 됐다.
2007년 국립암센터에서 첫 시동
이 꿈의 시설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곳은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국립암센터다. 2001년 48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립암센터에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하기로 결정된 이후, 시험가동과 첫 환자의 치료가 이뤄진 것이 2007년의 일이다. 국립암센터는 이 때를 시작으로 지난 6월까지 세 군데의 치료실에서 약 15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총 3만1554건의 치료를 진행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양성자치료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7개社 밖에 없는데, 그 중 4개社가 미쯔비시나 히타치와 같은 일본 회사고, 유럽 제품으로는 국립암센터가 운용중인 벨기에의 IBA社와 독일 지멘스社의 제품이 잘 알려져있다. 2011년 착공해 본격 치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서울삼성병원의 양성자치료기는 일본 스미토모社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양성자치료기는 이 두 의료기관의 것 뿐이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양성자치료기와 비슷한 개념의 중입자치료기를 지난해 착공한 상태다. 양성자치료기를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 15개국에 불과하며, 총 47대 중 절반 이상이 미국과 일본에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양성자치료기는 어떻게 암치료를 하는 것일까? 원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평범한 방사선치료와 다르지 않다. 인체 세포에 해로운 방사선을 암세포에 쬐어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죽게 만드는 방식이다. 흔히 얘기하는 방사선치료와 다른 점이라면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는 ‘X-선 방사선’을 이용하는 것이고, 양성자치료기는 훨씬 생성해 내기 어려운 ‘양성자선’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양성자 암세포 공격 후 사라져 선호
이렇게 비슷한 치료방식인데 값비싼 양성자치료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X-선과 양성자선의 물리적 특성에 있다. 양성자선은 몸 속을 통과하면서 암 부위의 앞에 있는 정상 조직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다가 암조직 부위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쏟는, 일명 브래그 피크(Bragg peak) 현상을 나타내면서 바로 소멸해 버린다. 몸을 통과하지 않는 셈이다. 양성자선은 입자 형태의 방사선이고, X-선은 파동 형태의 방사선 때문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더운 여름 수십 명의 아이들이 아침 조회를 위해 운동장에 서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열을 맞춰 서 있는 아이들 중 정중앙에 서 있는 영수가 더위에 못 이겨 쓰러지려고 해 열을 식혀주기로 한다. 그 때 주어진 것이 수도에 연결된 호스와 대형 선풍기 두 가지라면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만약 선풍기를 선택한다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아이들 중 영수에게만 바람이 가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영수보다 선풍기에서 더 가까이 있는 아이들은 바람을 더 세게 느낄 것이고, 영수 뒤의 아이들도 바람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수도에 연결된 호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수압과 물이 뿜어지는 각도를 조절하면 다른 아이들이 젖지 않게 하면서, 영수만 시원하게 적실 수 있다. 호스 쪽 아이들은 약간 젖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 선풍기가 X-선 방사선치료, 수도 호스가 양성자치료라고 보면 된다. 방사선치료는 암세포의 크기에 맞춰 정확하게 빔을 쬐도록 해도 치료기와 암세포 앞 뒤의 건강한 신체 조직과 장기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양성자치료기는 보다 많은 양의 방사선을 안심하고 암세포에 쪼일 수 있게 된다.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부작용으로 나타나는데, 식욕부진이나 설사, 두통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암을 앓고 있는 환자가 소아라면 이야기는 더 심각해 진다.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대용 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소아 환자의 경우 X-선 방사선치료를 받게 되면 성장과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받습니다. 방사선치료를 받는 부위의 뼈가 성장을 멈추게 되거나, 뇌종양을 치료하다 보면 인지능력 발달에 이상을 보이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아이의 외모와 지적 능력에 영향을 주게 되면,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부적응으로 인한 2차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소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우선 부여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출 처 - 브라보마이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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