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히 독창적인…죽음 앞에 선 그들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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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nocancer 댓글댓글 : 0건 조회조회 : 990회 작성일작성일 : 16-09-06 14:0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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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33번에 걸쳐 구강암 수술을 받았다. 말년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아스피린 이상의 진통제는 거부했다. “맑은 정신으로 생각할 수 없다면 차라리 고통을 받으며 생각하는 쪽을 선택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구강이 괴사되며 뿜어내는 지독한 악취에 애완견조차 가까이 오지 않았지만 그는 끝까지 죽음을 직시했다. “생명체답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죽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글처럼.
#2. 수전 손태그(1933∼2004)는 백혈병에 걸리자 71세에 골수이식 수술을 받는다. 완치 가능성이 낮은 걸 알았지만 수술을 원했다. 수술 전 유언장을 작성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친구들이 제안하자 불같이 화를 냈다. 40대 초반에 유방암 4기 진단을, 60대 중반에는 자궁암 진단을 각각 받았지만 모두 공격적인 치료법을 찾아내 살아난 그였기에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맹렬히 싸웠다. 》
프로이트·손태그·모리스 센닥 등
위대한 작가-사상가 5인의
죽음 과정 통해 삶의 의미 찾아
저자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살아가며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가장 현명한 답을 찾게 해 줄 것이다”고 말한다.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인 지크문트 프로이트, 수전 손태그, 존 업다이크, 딜런 토머스, 모리스 센닥(위부터). 갤리온 제공
세계적인 작가들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색깔이 뚜렷하다. 뉴욕대 언론학과 교수인 저자는 존 업다이크, 딜런 토머스, 모리스 센닥까지 모두 다섯 작가의 편지와 일기, 엽서, 수첩은 물론이고 친구, 자녀, 간병인과 인터뷰해 죽음의 과정을 촘촘히 복기해냈다.
잔병치레가 잦았던 저자는 열두 살 때 한쪽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후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됐다고 한다. 고령(82세)이지만 건강했던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자 자신을 강렬하게 끌어당긴 다섯 작가의 죽음을 추적했다. 황혼 무렵을 의미하는 제목은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따왔다. 어둠으로 세상이 서서히 덮여가는 시간이 죽음을 향한 시간과 맞닿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음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그러기에 포장되지 않은 작가들의 민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이 살아간 방식과 왜 그런 작품을 쓰게 됐는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유명한 모리스 센닥(1928∼2012)은 자주 죽음을 접했기에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자세가 돼 있었다. 가난한 이민자였던 부모는 셋째였던 자신을 임신하자 몇 번이나 유산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을 줄곧 했다. 여섯 살 때는 같이 공놀이 하던 친구가 달려가다 차에 치여 숨지는 광경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 대신 공포를 모티브로 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소설 ‘달려라 토끼’로 유명한 존 업다이크(1932∼2009)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글을 쓰고 섹스에 몰두했다. 죽음이 몸을 감춘 채 늘 도사리고 있다고 여긴 딜런 토머스(1914∼1953)는 술을 돌파구로 삼아 스스로를 파괴하는 방법을 택했다. ‘순수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라는 시에서 ‘분노하오 분노하오, 꺼져 가는 빛에 대해’라고 읊조렸던 그였다. 손태그는 “유방암과의 싸움은 열정을 더해 주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철저히 따르려고 노력하게 되니까”라고 말했다. 실제 손태그는 더 치열하게 사색했고 화학 치료를 받으며 대표작 ‘은유로서의 질병’을 구상했다.
저자는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들의 삶을 압축적이고 선명하게 조명했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어떤 눈으로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가, 외면하려 애쓰는가. 그 시선에 따라 삶의 방향이 좌우될 것이다. 다섯 명의 작가가 그랬듯이. 원제는 ‘The Violet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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