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와 파킨슨병의 연결고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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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자 : 올캔서 댓글댓글 : 0건 조회조회 : 296회 작성일작성일 : 18-03-11 22:19본문
- 구리에 의한 신경독성 물질 형성과정 밝혀
- 파킨슨병의 발병과정 제시
김준곤 교수(고려대학교)·이민재 교수(서울대학교) 연구팀이 구리 이온에 의한 신경독성 물질 형성 원리를 밝힘으로써, 파킨슨병의 발병과정을 제시하였다고 한국연구재단은 밝혔다.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으로,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몸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운동장애가 발생한다. 그 원인으로서 뇌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이 응집된 뒤 신경세포에 유입되어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의 다양한 응집체 중에서 구리 이온과 함께 결합된 응집체가 강한 신경독성을 일으키는 과정을 최초로 규명해냈다.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린 응집이 잘 발생하는 뇌의 흑질 부분에 구리 이온이 다른 부분보다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였고, 분자구조 연구, 세포독성에 대한 연구 등을 다각적으로 진행했다.
일반적으로는 알파-시누클린 단량체들이 서로 결합하여 섬유핵을 형성하고, 여기에 다른 단량체들이 이어져서 긴 섬유형태를 이룬다. 반면에 구리 이온이 알파-시누클린 단량체와 결합되면 거대고리구조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섬유핵 형성이 촉진되지만, 구조적인 뒤틀림 때문에 길게 신장되지 못하고 짧은 섬유가 형성된다.
짧은 알파-시누클린/구리 응집체는 신경세포 안으로 쉽게 유입되고, 정상적인 세포 기능들을 방해함으로써 신경독성을 유발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민재 교수와 김준곤 교수는 “이 연구는 구리 이온이 파킨슨병의 원인 물질을 발생시키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분자와 세포 수준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세포의 금속이온 항상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퇴행성 뇌질환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화학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te Chemie; 응용화학) 2월 16일에 게재되었다
□ 논문명, 저자정보
논문명
Supramolecular Modulation of Structural Polymorphism in Pathogenic α-Synuclein Fibrils Using Copper(II) Coordination
저 자
이민재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
김준곤 교수(교신저자, 고려대학교),
최태수 박사(제1저자, 고려대학교)
□ 연구의 주요내용
1. 연구의 필요성
전 세계적인 고령화 인구의 증가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관련된 사회경제적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국가이므로 이와 관련된 연구기술의 개발의 부재는 결국 진단과 치료의 부재와 심각한 의료, 복지 부담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파킨슨병의 발병 기전은 알파-시누클린(alpha-synuclein)이라는 단백질이 뇌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응집/섬유화되고 이로 인하여 신경세포의 사멸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알파-시누클린의 응집에 왜 발생하며 다양한 섬유화 형태 중에서 무엇이 파킨슨병의 병인으로서 질병의 진행에 중요한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알파-시누클린의 응집이 일어나기 전까지 과정에서의 발병기전이 복잡하고 아직도 치료 타겟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근원적 치료법의 개발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린의 응집이 잘 발생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뇌의 흑질(substantia nigra)에서 구리 이온이 뇌의 다른 영역에 비해 더 많이 존재하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구리 이온의 농도 항상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구리 이온의 농도 변화가 알파-시누클린과 구리 이온의 상호작용을 유도하여 알파-시누클린의 응집을 유도한다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었다. 그러나 섬유화 과정 자체가 가지는 복잡성 때문에, 구리 이온과 알파-시누클린의 상호작용이 섬유화의 과정과 섬유화의 형태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구리이온에 의해 유도되는 알파-시누클린의 자가조립 기작을 이해하고, 새로운 형태의 섬유화 구조가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함으로써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 연구내용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린 섬유의 형성 단계에서 구리이온이 수행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섬유가 세포 간의 전달과 신경세포독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연구하였다. 알파-시누클린 단량체는 순차적으로 두 단계를 거쳐서 섬유로 변환된다. 첫번째로 알파-시누클린 단량체는 다른 단량체들과 만나서 섬유핵을 형성하는 핵형성 단계를 거친다. 섬유핵은 단량체하고 비교해서 섬유를 형성하기 알맞게 구조가 변형된 물질이다.
두번째로 섬유핵이 다른 단량체 및 다량체들과 상호작용하여 약 1 μm 길이의 섬유로 성장하는 신장화 단계를 거치면, 섬유의 형성이 완료된다. 연구팀이 관찰한 흥미로운 현상은, 형광분광법과 전기영동법을 활용하여 관찰했을 때 구리이온이 알파-시누클린과 함께 상호작용하면 섬유핵 형성과정이 촉진되고 섬유핵이 거대 섬유로 성장하는 단계는 억제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투과 전자 현미경을 이용하여 구리 이온이 짧은 형태의 알파 시누클린 섬유 형성을 (>0.2 μm) 유도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섬유의 형태가 달라지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단백질 단량체의 성질이 변화함으로써 섬유의 형성과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도 섬유핵이 많이 빠르게 생기면서 섬유의 신장은 억제되는 기작 역시 단량체의 성질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그래서 단백질 단량체의 구조적 정보를 제공하는 소각산란법과 이온 이동도 분석법을 이용하여, 구리 이온이 알파-시누클린 단량체의 구조를 어떠한 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관찰하였다.
보통의 알파-시누클린은 특정한 구조를 가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구조가 공존하는 비정형 구조 단백질이다. 그런데 구리 이온은 시누클린의 아미노-말단과 중간에 히스티딘 잔기에 동시에 결합함으로써 거대고리구조(macrochelation)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확인하게 되었다. 이 거대고리구조는 알파-시누클린 단량체의 소수성 잔기들을 바깥쪽으로 노출시켜, 단량체들 간의 소수성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섬유핵의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정된 고리구조 때문에 단량체가 섬유핵에 결합하기 어려워서, 섬유핵의 신장과정을 방해하는 것도 밝혀냈다. 이러한 분자적 원리 때문에, 구리 이온이 짧은 형태의 알파-시누클린 섬유가 생기도록 만든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구리에 의해 짧아진 알파-시누클린 섬유가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보았을 때, 이들이 일반적인 병인성 섬유에 비하여 신경세포 안으로 더 많이 전달되며, 신경세포 내의 단백질 청소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나아가 신경세포의 기능에 중요한 돌기(axon과 dendrite)들을 없애버린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영향들이 종합적으로 기능하여 파킨슨병에서 관찰되는 신경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연구의 결과는 나타내고 있다.
□ 연구성과/기대효과
이 연구에서는 신경세포에 독성을 보이는 알파-시누클린 섬유가 어떠한 분자적 기작을 통해 발생할 수 있을 지 제시하였고, 이 과정 중에 구리 이온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세계최초로 증명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파킨슨병의 새로운 발병 모델을 제시하였고, 병인성 단백질의 섬유화를 제어하기 위한 후속 연구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파킨슨병, 나아가 알츠하이머병 등 다른 퇴행성뇌질환을 예방하거나 저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인 가설로, 체내에 미량 존재하는 필수 미네랄인 구리 이온의 과도한 축적을 억제함으로써, 신경세포에 생길 수 있는 알파-시누클린 응집체의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 또한 기존 파킨슨병 환자들의 구리 항상성을 조절함으로써, 독성단백질의 확산을 억제하고 신경세포의 추가 사멸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후속 연구들을 통하여 구리와 다른 금속 이온의 미세한 양적 변화가 다양한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과 진행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통합된 이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설명
(그림1) 구리 이온에 의한 짧은 알파-시누클린 섬유 생성
(A) 구리 이온은 알파-시누클린의 N-말단과 히스티딘 잔기를 통해 결합하여 거대고리구조를 만든다. (B) 구리 이온이 알파-시누클린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조건에서 단백질 섬유의 길이가 짧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전자현미경 이미지). (C-D) 거대고리구조는 알파-시누클린 단량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면서 핵의 형성을 촉진하지만, 구조적 변형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핵의 신장을 방해한다.
(그림2) 구리 이온에 의해 생긴 짧은 알파-시누클린 섬유의 세포독성
(A-C) 구리 이온에 의해 생긴 짧은 알파-시누클린 섬유(녹색 형광표지 및 면역블롯)가, 긴 형태의 섬유에 비해서 세포에 더 많이 전달됨을 알 수 있다. (D-E) 전달된 알파-시누클린 섬유들이 신경세포(NeuN 녹색형광 및 팔로이딘 적색형광)들의 사멸을 유도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F) 짧은 알파-시누클린 섬유의 형성과정과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모식도로 나타내었다.
□ 미니인터뷰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연구팀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였던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구조역학과 섬유화 기작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구리 이온이 아밀로이드성 단백질의 섬유화와 세포 독성에 연관이 있다는 기존 연구들을 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실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던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이 구리 이온과 특이한 결합을 하고 이러한 작용이 파킨슨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가설까지 존재한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존 연구들과 차별화된 새로운 방향의 연구를 찾으면서 생물리화학에서 세포생물학까지 아우르는 다각적, 다단계적인 연구가 진행된 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 연구를 진행하여서 논문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가장 먼저 설정한 연구방향은 알파-시누클린과 구리 이온이 어떻게 상호작용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 단백질의 분자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구리 이온이 알파-시누클린의 구조를 특이적으로 바꾸면서, 동시에 섬유의 구조를 짧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두 가지 사실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여, 다양한 추가 실험을 통해 구리가 알파-시누클린의 섬유화 기작을 다르게 바꾼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섬유의 신경독성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세포 실험을 진행하였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연구 진행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한된 예산이었다.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기기분석 및 생화학적 시험 분석이 필수적인데,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의 가격이 많이 비싸고 시험분석에 필요한 장비사용료와 분석재료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실험 방식에 대해 지속적인 토의를 함으로써 예산을 최대한 절약하고자 노력했다. 논문의 리비전에 주어진 시간이 굉장히 짧았는데, 마침 연말연휴 기간이 끼어서 연구자들이 연말연시에 쉬지도 못하고 실험에만 몰두하였다. 아직까지도 다른 실험들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빌어 우리 학생들의 주도적 연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 결과가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우선 구리 이온이 파킨슨병의 발병 부위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반해서, 구리 이온이 어떻게 섬유화 기작에 관여하여 독성 물질을 만들게 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성과를 통해 구리 이온이 어떻게 파킨슨병의 잠재적병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제시하였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써 생물리화학과 생화학적 접근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여 하나의 현상을 다각도로 관찰하였다는 점이 의미가 깊다. 우리가 어떠한 생명 현상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물리화학적 접근을 통해 분자 수준에서의 현상을 이해하고, 생화학적으로 통제된 조건에서 우리가 관찰한 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두 접근이 너무 상이한 방식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 연구성과와 같은 기초연구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논문 투고 중에도 이러한 점들이 각 논문저널의 편집장들에게도 매우 인상 깊었다는 조언을 받았으며,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이 참고할 만한 선행 연구 방식이 될 것이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세포가 알파-시누클린 섬유와 만났을 때 어떠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세포가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에 관해서 앞으로 연구해보고자 한다. 이 주제를 통해서 파킨슨병의 진단 및 예방하기 위한 원리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뇌실 내 세포의 금속이온 항상성을 조절하는 등 퇴행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본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의 발병기전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신경세포의 비정상적 사멸 과정에 보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Grand Theory를 제시하고 싶다.
- 세분은 어떻게 함께 연구하게 되었는가.
고려대학교 김준곤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이민재 교수 연구팀은 각자 다른 분야를 연구하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하여 서로의 연구 분야를 접하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각 팀 마다 연구 진행과 결과 해석에 관한 시각차가 존재하고,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합의가 잘 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회의를 하면서 팀 전체가 모여서 식사도 하고, 팀원들끼리 커피도 마시면서 최대한 많이 의견 교환을 하고 연구를 의미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연구를 잘 마무리하였고, 저명한 저널에 좋은 결과로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두 연구팀은 서로의 의견을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시간을 가지고 공통된 주제의 협업을 통해 퇴행성 뇌질환의 원리를 완전히 파악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 연구를 통하여 두 실험실의 연구팀들은 단순히 중요한 연구결과를 습득하였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연구접근법에 대한 중요성과 상보성을 이해하였고, 실질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하였다. 앞으로의 추가 공동연구를 통하여, 생리적/병리적 과정에서의 화학적 원리를 깊이 있게 이해하여, 인간 질병을 통찰력 있게 이해하고, 질병의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계속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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